
1화, 생일인 은탁이는 바닷가에서 자살할 생각이 있었습니다. 워낙 코믹하게 묘사되었고 1화에서 자살이라는 키워드는 드러나지 않았으니 놓치기 쉽지만 말입니다. 하지만 아래 작품 소개에서도 명시되어 있듯이 그 순간 은탁이는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.

은탁이는 고아였고 생일 아침 밥그릇에 맞았고 가출해 혼자 바다에까지 가서 촛불을 불었습니다. 게다가 비까지 오니 은탁이는 신에게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따지죠. 그리고 나타난 도깨비가 하는 일이란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는 것이었습니다.

은탁이 뿐만 아니라 자살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입니다. 도깨비 자신도 불멸의 삶을 끝내고 싶어하고, 무엇보다도 김차사가 저승사자라는 벌을 받는 큰 죄가 바로 자살이기 때문이죠.


여러 종교에서도 자살은 대죄로 여겨집니다. 다만 작가는 삶의 고통에 못 이겨 죽음을 택한 이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신은 잔인하다고 봤던 것 같습니다. 저승사자직은 그들에게 다시 살아갈 의지를 줄 수 있는 어쩌면 가장 따뜻한 벌이었다고 생각합니다.

촛불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요? 연락입니다.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순간에 만날 수 있게 해 주죠. 이건 아예 휴대전화 촛불 어플로 대놓고 보여줍니다.

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연결은 자신을 안심하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줍니다. 삶에 지친이가 그것을 놓아버리려고 할 때 연락받아줄 누군가가 있다면, 샌드위치를 나눠줄 사람이 있다면 저 쪽이 아닌 이쪽으로 당겨올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.

그래서 이 이야기를 통해 은탁이는 도깨비 덕분에 살아가기를 택하고, 도깨비는 은탁이를 사랑하기에 불멸의 삶을 택하고, 김차사는 이 둘과 써니(김선) 덕분에 저승사자직을 내려놓고 환생할 수 있게 됩니다.

한 심리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. 교수님께서 "그냥 만나면 즐겁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3명만 있다면 그 사람은 자살로 죽기가 매우 어렵다. 그런 꽃 같은 사람을 많이 두고 여러분도 그런 존재가 되어주시라"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.

누구나 도깨비가 될 수 있습니다. 전화 한통, 샌드위치나 꽃 한송이만 있으면 되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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